명왕성은 왜 행성에서 퇴출되었을까? 행성의 정의 논쟁

2006년 8월 24일, 천문학자들은 투표 한 번으로 76년간 행성이었던 명왕성을 태양계 목록에서 지워버렸다. 그것도 전체 국제천문연맹(IAU) 회원 중 약 4%만 참석한 투표로. 이 결정은 과학적 논쟁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우리가 무언가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Solar system planets with dwarf planet isolated at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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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은 원래 어떻게 행성이 되었을까?

발견의 역사와 기대의 무게

명왕성은 1930년 미국의 젊은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발견했다. 당시 천문학계는 해왕성 너머에 '행성 X'가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을 오랫동안 품고 있었고, 톰보의 발견은 그 기대에 딱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발견 직후 명왕성은 별다른 공식 기준 없이 곧바로 아홉 번째 행성으로 분류되었다.

문제는 처음부터 있었다. 초기 관측에서 명왕성의 질량은 지구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되었지만, 이후 관측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제 질량이 지구의 0.2%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달의 질량보다도 작다. 그럼에도 수십 년간 아무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한번 붙은 이름은 쉽게 떼어내기 어렵다.

Vintage astronomical plate showing discovery of distant pl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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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의 정의 — 왜 이게 그렇게 어려운 문제일까?

IAU가 내린 세 가지 기준

2006년 IAU는 행성을 정의하는 세 가지 조건을 공식화했다. 첫째, 태양을 공전해야 한다. 둘째, 자체 중력으로 구형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할 만큼 충분한 질량을 가져야 한다. 셋째, 그리고 이것이 핵심인데, 자신의 궤도 주변 공간을 '청소'해야 한다. 즉, 궤도 근처의 다른 천체들을 중력으로 끌어당기거나 밀어내어 지배적인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명왕성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은 통과한다. 태양을 공전하고, 구형에 가깝다. 하지만 세 번째 조건에서 탈락한다. 명왕성은 카이퍼 벨트라는 얼음 천체들이 밀집한 지역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으며, 그 궤도 주변을 전혀 청소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수천 개의 유사한 천체들과 공간을 공유한다.

궤도 청소 능력은 단순한 기준이 아니다. 지구는 자신의 궤도 주변을 명왕성보다 약 1만 6천 배 더 효과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계산이 있다.

'왜소행성'이라는 새 범주

IAU는 명왕성을 그냥 버리지 않았다. 대신 '왜소행성(dwarf planet)'이라는 새 범주를 만들어 명왕성을 그 첫 번째 공식 구성원으로 지정했다. 현재 IAU가 공식 인정한 왜소행성은 명왕성 외에도 에리스, 마케마케, 하우메아, 세레스 등이 있다. 세레스는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있으며, 한때 행성으로 불리다가 19세기에 강등된 전례가 있다. 명왕성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Diagram of solar system orbital zones including Kuiper B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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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스의 등장 — 명왕성 퇴출을 촉발한 진짜 사건

명왕성보다 큰 천체의 발견

2005년, 천문학자 마이크 브라운 연구팀이 에리스(Eris)를 발견했다. 에리스는 명왕성보다 질량이 크고, 태양으로부터 훨씬 더 먼 거리에 있었다. 만약 명왕성이 행성이라면, 에리스도 행성이어야 했다. 그리고 카이퍼 벨트에는 비슷한 크기의 천체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천문학계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에리스를 포함해 비슷한 천체들을 모두 행성으로 인정하면 태양계 행성 수가 수십 개로 늘어날 수 있었다. 아니면 행성의 정의를 명확히 해서 명왕성과 에리스를 모두 다른 범주로 분류하는 방법이 있었다. IAU는 후자를 선택했다. 마이크 브라운은 이후 스스로를 '명왕성을 죽인 남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게 책 제목이 되기도 했다.

에리스가 없었다면 명왕성 논쟁은 아마 수십 년 더 미뤄졌을 것이다. 불편한 질문을 강제한 것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Observatory dome open at night under starry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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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논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을까?

과학자들 사이의 반발

2006년 IAU 투표 이후에도 많은 행성과학자들이 결정에 반발했다. 반발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절차적 문제로, 전체 IAU 회원의 극히 일부만 참여한 투표로 이런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기준 자체의 문제였다. '궤도 청소'라는 개념이 명확하게 수치화되지 않았고, 어떤 연구자들은 이 기준을 적용하면 지구나 목성도 완벽하게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에는 나사(NASA) 연구자들을 포함한 일부 과학자들이 지질학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행성 정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명왕성은 다시 행성이 된다. 그리고 태양계 행성 수는 100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 제안은 아직 공식 채택되지 않았다.

명왕성이 생각보다 복잡한 천체라는 사실

2015년 나사의 뉴호라이즌스 탐사선이 명왕성을 근접 통과하면서 놀라운 사진들을 보내왔다. 하트 모양의 질소 얼음 평원, 산맥, 대기층, 그리고 지질학적으로 활발한 흔적들이 있었다. 단순한 얼음 덩어리가 아니었다. 이 이미지들은 명왕성에 대한 대중의 감정적 애착을 다시 불러일으켰고, 행성 재분류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Opinion: 솔직히 말하면, '행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과학적 개념이라기보다 역사적 관습에 가깝다. 우리가 명왕성을 행성으로 부르고 싶은 이유의 상당 부분은 과학이 아니라 익숙함과 향수다.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것을 과학적 논거로 포장하는 건 정직하지 않다.)
Pluto's heart-shaped nitrogen ice plain from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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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명왕성이 다시 행성이 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있다. IAU의 행성 정의는 과학적 합의에 의해 언제든 수정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과학자들이 대안적 정의를 계속 제안하고 있으며, 새로운 탐사 데이터가 쌓일수록 논의는 다시 활발해질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IAU의 2006년 결정이 공식 기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왜소행성과 소행성은 다른 건가?

다르다. 왜소행성은 자체 중력으로 구형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할 만큼 충분한 질량을 가진 천체다. 소행성은 대부분 불규칙한 형태를 가지며 그보다 작다. 명왕성, 에리스, 세레스는 왜소행성이고, 일반적인 소행성대 천체들은 소행성으로 분류된다.

명왕성 강등 결정에 반대한 과학자가 실제로 많았나?

그렇다. 투표 직후 300명 이상의 천문학자들이 IAU 결정에 반대하는 청원서에 서명했다. 특히 행성과학 분야 연구자들 사이에서 반발이 컸는데, IAU 투표 참여자 대부분이 행성과학자가 아닌 다른 분야 천문학자였다는 점도 논란이 되었다.

명왕성 논쟁이 불편한 이유는 과학이 항상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연이 인간이 만든 범주에 맞게 정렬되어 있기를 기대하지만, 태양계는 그런 기대를 비웃듯 경계 위에 걸쳐 있는 천체들로 가득하다. 명왕성은 행성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분류하고 그 분류에 얼마나 집착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에 가깝다.

Isolated icy dwarf planet alone in deep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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