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가 아닌 뇌가 맛을 느낀다? 미각의 과학적 비밀 파헤치기
혀를 마취시켜도 음식의 맛을 일부 느낄 수 있다. 치과에서 국소마취를 받은 뒤 커피를 마셔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쓴맛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 '맛 같은 것'이 남아 있다. 이 현상은 미각이 단순히 혀의 미뢰에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맛의 최종 목적지는 뇌다. Photo by BUDDHI Kumar SHRESTHA on Unsplash 미각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 단순한 '혀 감각'이 아니다 미뢰는 시작점일 뿐이다 혀 표면에는 유두(papillae)라고 불리는 작은 돌기들이 있고, 그 안에 미뢰(taste bud)가 들어 있다. 성인 기준으로 혀 전체에 약 2,000~10,000개의 미뢰가 분포한다고 알려져 있다. 각 미뢰에는 미각 수용체 세포가 있어 음식의 화학 성분에 반응한다. 여기까지는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런데 미뢰가 감지하는 것은 화학 신호일 뿐이다. 그 신호가 신경을 타고 뇌간을 거쳐 시상(thalamus), 그리고 대뇌피질의 미각 피질(gustatory cortex)에 도달해야 비로소 '맛'이라는 경험이 생긴다. 혀는 입력 장치고, 뇌는 처리 장치다. 더 흥미로운 점은 미각 피질이 후각, 촉각, 시각 정보를 동시에 통합한다는 것이다. 뇌는 이 모든 신호를 합쳐 하나의 '맛 경험'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코를 막으면 사과와 양파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실험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다섯 가지 기본 맛 — 그리고 여섯 번째 논쟁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umami). 이 다섯 가지가 현재 과학적으로 인정된 기본 맛이다. 감칠맛은 일본 과학자 이케다 기쿠나에가 1908년 다시마에서 글루타민산을 분리하면서 처음 제안했고, 수십 년 뒤에야 독립적인 미각으로 공식 인정받았다. 과학계가 새로운 감각을 받아들이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에는 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