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없는 해파리도 잠을 잘까? 동물의 수면 미스터리

해파리에게는 뇌가 없다. 심장도, 폐도, 혈액도 없다. 그런데 2017년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해파리는 잠을 잔다.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수면의 핵심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진짜 수면이다. 이 발견은 수면이 뇌의 산물이라는 오랜 가정을 뿌리째 흔들었다.

깊은 바다를 유영하는 투명한 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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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 과학적 정의부터 짚고 가기

행동으로 정의하는 수면의 네 가지 기준

수면을 뇌파로만 정의하면 해파리 같은 생물은 처음부터 논의에서 제외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행동 기반 기준을 사용한다. 첫째, 활동이 줄어든다. 둘째, 특정 자세나 장소를 취한다. 셋째,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느려진다. 넷째, 수면이 부족하면 이후에 더 많이 잔다 — 이른바 '수면 반동(sleep rebound)'이다.

해파리는 이 네 가지를 전부 충족했다. 연구팀이 밤에 해파리를 물로 건드렸을 때, 낮에 비해 반응 속도가 현저히 느렸다. 수면을 방해받은 해파리는 다음 날 더 오래, 더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뇌 없이도 수면 압력이 쌓이고 해소되는 것이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수면이 특정 신경 구조의 부산물이 아니라 생명 자체의 근본적인 필요일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수면은 뇌가 만들어낸 기능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뇌가 수면을 위해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해파리 갓의 미세한 구조 근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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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마다 수면이 얼마나 다른가 — 극단적인 사례들

거의 자지 않는 동물들

아프리카코끼리는 야생에서 하루 평균 2시간 정도밖에 자지 않는다는 관찰 결과가 있다. 포식자를 피해야 하고 먹이를 찾아 끊임없이 이동해야 하는 환경에서, 수면은 사치다. 반면 나무늘보는 하루 15시간 이상을 잔다 — 물론 이것도 포식자 회피 전략이라는 해석이 있다. 움직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으니까.

철새는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이동 중에 뇌의 절반만 재우는 '반구 수면(unihemispheric sleep)'을 활용한다. 한쪽 눈을 뜨고 한쪽 뇌는 깨어 있는 채로 날면서 잔다. 돌고래와 고래도 같은 방식을 쓴다. 익사하지 않으려면 의식의 일부는 항상 켜져 있어야 한다.

수면 중에도 '일하는' 뇌

문어는 수면 중에 피부 색깔이 빠르게 변한다. 연구자들은 이것이 꿈과 관련된 신경 활동의 외부 표현일 수 있다고 추측한다.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문어가 수면 중 렘(REM) 수면과 유사한 단계를 거친다는 증거는 점점 쌓이고 있다. 척추동물이 아닌 생물에서 렘 수면의 흔적이 발견된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해저 모래 위에서 잠든 문어
AI Generated · Google Imagen

수면은 왜 필요한가 —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질문

글림프 시스템과 뇌 청소

포유류의 경우, 수면 중에 뇌의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 활성화된다. 뇌척수액이 뇌 조직 사이를 흘러 알츠하이머와 연관된 단백질 찌꺼기를 씻어낸다. 깨어 있는 동안 쌓인 대사 부산물을 청소하는 것이다. 잠을 못 자면 이 청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해파리에게 글림프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파리는 왜 자는가? 수면의 기능이 뇌 청소 하나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세포 수준의 회복, 에너지 보존, 면역 조절 등 다양한 기능이 수면과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수면 부족의 실제 결과

초파리를 수면 박탈 상태로 두면 며칠 안에 죽는다. 쥐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왔다. 인간의 경우, 극단적인 수면 부족은 환각, 면역 붕괴, 심혈관 문제로 이어진다. 수면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다.

초파리도 잠을 못 자면 죽는다. 수면은 복잡한 뇌를 가진 생물만의 특권이 아니다.
수면 중 뇌의 글림프 시스템 작동 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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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연구가 밝혀낸 진화적 의미

수면은 얼마나 오래된 현상인가

해파리는 약 5억 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했다. 만약 해파리가 수면을 취한다면, 수면은 적어도 그만큼 오래된 현상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수면이 다세포 생물의 출현과 함께 등장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세포들이 협력하기 시작하면서 '전체 시스템을 끄고 유지보수하는 시간'이 필요해졌다는 논리다.

선충(C. elegans)도 수면과 유사한 상태를 보인다. 이 생물은 신경세포가 302개뿐이다. 인간의 뇌에는 약 86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다. 302개짜리 신경계도 수면이 필요하다면, 수면의 기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단순한 생물학적 필요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수면을 없앨 수 있을까

군사 연구기관과 제약 회사들이 오랫동안 꿈꿔온 질문이다. 수면 없이 기능하는 인간을 만들 수 있다면 전투력, 생산성, 경쟁력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그 답은 '아니오'다. 수면을 줄이는 약물은 있어도, 수면의 생물학적 필요 자체를 제거하는 방법은 없다. 해파리도 피할 수 없는 것을 인간이 피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Opinion: 수면 연구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인생의 3분의 1을 보내는 상태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해파리 한 마리가 '수면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전체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는 것은, 과학이 얼마나 자주 가장 단순한 생물에서 가장 큰 통찰을 얻는지를 보여준다.)
야간 연구실에서 해파리를 관찰하는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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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해파리가 잠을 잔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했나요?

2017년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연구팀은 카시오페아(Cassiopea) 해파리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밤 동안 해파리의 맥박 빈도가 줄어들고, 자극에 대한 반응이 느려지며, 수면을 방해받은 후 다음 날 더 오래 비활성 상태를 유지하는 '수면 반동'을 확인했다. 이 세 가지 행동 기준이 수면의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모든 동물이 렘(REM) 수면을 경험하나요?

렘 수면은 포유류와 조류에서 명확히 확인된다. 문어에서도 유사한 단계가 관찰되었지만, 이것이 인간의 렘 수면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곤충이나 해파리 같은 단순한 생물에서는 렘 수면에 해당하는 상태가 확인되지 않았다. 수면의 구조 자체가 진화 과정에서 점점 복잡해진 것으로 보인다.

잠을 전혀 자지 않는 동물도 있나요?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없다. 수면이 극도로 짧거나 분산된 동물은 있지만, 수면 자체가 없는 동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일부 상어 종은 이동하면서 쉬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수면인지 단순한 휴식인지는 연구 중이다. 수면을 완전히 없앤 동물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수면이 생존에 필수적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해파리가 잠을 잔다는 사실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우리가 수면을 지능이나 의식과 연결 지어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면은 그보다 훨씬 오래되고, 훨씬 근본적인 무언가다. 어쩌면 생명이 복잡해지기 훨씬 전부터, 세포들은 이미 멈추는 법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 정지한 해파리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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