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 해류가 기후를 결정하는 방식
북유럽 사람들은 같은 위도에 사는 캐나다 래브라도 지역 주민보다 겨울을 훨씬 따뜻하게 난다. 런던은 모스크바보다 위도가 낮지 않은데도 겨울 평균 기온이 약 10도 가까이 높다. 이 차이를 만드는 주범은 대기가 아니라 바다다. 지구 표면의 71%를 덮고 있는 바다는 단순한 물웅덩이가 아니라, 열을 싣고 지구 전체를 순환하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다.

해류란 정확히 무엇인가 — 바람이 만드는 물의 강
표층 해류와 심층 해류의 차이
해류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표층 해류는 바람이 해수면을 밀어붙이면서 생긴다. 지구 자전의 영향(코리올리 효과)까지 더해지면 물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북반구에서는 오른쪽,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휘어진다. 이 때문에 대양 곳곳에 거대한 소용돌이, 즉 '환류(gyre)'가 형성된다.
심층 해류는 전혀 다른 원리로 움직인다. 온도와 염분 차이가 물의 밀도를 바꾸고, 밀도 차이가 물을 가라앉히거나 올라오게 만든다. 차갑고 염분이 높은 물은 무거워서 가라앉고, 따뜻하고 염분이 낮은 물은 가벼워서 위로 떠오른다. 이 원리를 '열염순환(thermohaline circulation)'이라 부른다.
코리올리 효과가 해류를 비트는 방식
코리올리 효과는 직관에 반한다. 물이 북쪽으로 흐르려 해도 지구가 자전하는 탓에 실제로는 오른쪽으로 꺾인다. 이 효과가 없다면 멕시코만류 같은 강력한 서쪽 경계 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멕시코만류는 폭이 약 80킬로미터, 수심 수백 미터에 걸쳐 초당 약 3천만 세제곱미터의 물을 북쪽으로 밀어 올린다. 아마존강 유량의 수백 배에 달하는 양이다.

지구 전체를 도는 열염순환 — 1,000년짜리 여행
컨베이어 벨트가 시작되는 곳
열염순환의 핵심 엔진은 북대서양, 특히 그린란드 주변 바다다. 멕시코만류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온 따뜻한 표층수는 고위도에서 열을 대기에 방출하며 식는다. 동시에 겨울철 해빙이 얼면서 주변 바닷물의 염분이 높아진다. 차갑고 짠 물은 밀도가 극도로 높아져 수심 2~3킬로미터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 '침강(downwelling)'이 컨베이어 벨트의 출발점이다.
가라앉은 물은 대서양 심층을 따라 남쪽으로 흘러 남극해를 돌고, 인도양과 태평양 깊은 곳까지 퍼진다. 수천 년에 걸쳐 천천히 이동한 물은 결국 어딘가에서 다시 표층으로 올라오는 '용승(upwelling)'을 거쳐 순환을 완성한다. 물 한 분자가 이 여정을 완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500년에서 1,000년 사이로 추정된다.
열염순환은 지구 전체 바닷물을 천천히 뒤섞는 유일한 메커니즘이다. 이것이 멈추면 바다는 층층이 분리된 정체된 웅덩이가 된다.
열을 운반하는 규모
멕시코만류와 북대서양 해류가 유럽으로 운반하는 열에너지는 어마어마하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이 해류가 북유럽에 공급하는 열량은 태양에서 직접 받는 복사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보완한다. 정확한 수치는 연구마다 다르지만, 북유럽의 겨울 기온을 수 도에서 수십 도까지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점은 광범위하게 인정된다.

해류가 실제로 기후를 바꾼 역사적 사례들
영거 드라이아스 — 갑자기 찾아온 빙하기
약 1만 2,900년 전, 지구는 마지막 빙하기에서 막 벗어나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온이 급락하며 북반구 상당 부분이 다시 빙하로 덮였다. 이 사건을 '영거 드라이아스(Younger Dryas)'라 부른다. 원인으로 가장 유력하게 지목되는 것은 북아메리카 빙하가 녹으면서 엄청난 양의 담수가 북대서양으로 쏟아진 것이다. 담수는 염분이 없어 밀도가 낮고, 그 결과 열염순환의 침강이 약해지거나 멈췄다는 가설이다.
영거 드라이아스 기간 동안 유럽 일부 지역의 기온은 수십 년 안에 섭씨 10도 이상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질학적 시간 척도에서 이건 순식간이다. 해류 하나가 얼마나 빠르게 기후를 뒤집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증거다.
엘니뇨 — 태평양이 날씨를 조종하는 방식
엘니뇨는 열염순환과는 다른 메커니즘이지만, 해류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가장 친숙한 사례다. 평상시 태평양 동쪽(남아메리카 해안)에서는 차가운 심층수가 용승하며 표층을 식힌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이 용승이 약해지고 동태평양 표층 수온이 올라간다. 그 결과 호주에 가뭄이 오고, 페루에 폭우가 내리고, 인도 몬순이 약해지고, 북아메리카 겨울이 평년과 달라진다. 태평양 한쪽 구석의 수온 변화가 전 지구 날씨 패턴을 재편하는 것이다.
(Opinion: 엘니뇨를 단순한 '기상 이변'으로 부르는 건 너무 축소된 표현이다. 이건 지구 기후 시스템이 서로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며, 우리가 그 연결고리를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기후변화가 해류를 흔들면 무슨 일이 생기나
AMOC 약화 —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신호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 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은 열염순환의 대서양 구간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최근 수십 년간 여러 연구팀이 AMOC가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를 발표했다.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서 대량의 담수가 북대서양으로 유입되고, 이것이 침강을 방해한다는 논리다. 다만 AMOC가 얼마나 빠르게 약화되고 있는지, 임계점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AMOC가 크게 약화되면 유럽 기온이 하락하고, 북아메리카 동부 해안의 해수면이 상승하며,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계절풍 패턴이 바뀔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구온난화가 일부 지역에서는 냉각을 유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역설이 기후 커뮤니케이션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지구온난화가 유럽을 더 춥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은 모순처럼 들리지만, AMOC 약화 시나리오에서는 완전히 현실적인 결과다.
용승대 변화와 어업 붕괴
해류 변화는 추상적인 기후 이야기만이 아니다. 페루와 칠레 해안의 훔볼트 해류는 세계에서 가장 생산적인 어장 중 하나를 만들어낸다. 차가운 심층수가 올라오며 영양분을 표층으로 끌어올리고, 이것이 플랑크톤을 키우고, 플랑크톤이 멸치를 키우고, 멸치가 참치와 바다사자를 키운다. 엘니뇨로 용승이 약해지면 이 먹이사슬 전체가 흔들린다. 실제로 강한 엘니뇨가 발생한 해에 페루 어획량이 급감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자주 묻는 질문
해류가 없어지면 지구 기후는 어떻게 변하나요?
열염순환이 완전히 멈춘다면 열대 지방에서 극지방으로의 열 이동이 크게 줄어든다. 북유럽과 북아메리카 동부는 수 도에서 수십 도 냉각될 수 있고, 반대로 열대 지방은 더 더워질 수 있다. 강수 패턴도 전 지구적으로 재편된다. 다만 이런 극단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과 속도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논쟁 중이다.
멕시코만류가 유럽을 따뜻하게 한다는 건 과장 아닌가요?
이 질문은 실제로 과학계에서 논의된 적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대기 순환이 해류보다 더 큰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체적인 합의는 멕시코만류와 북대서양 해류가 유럽의 온화한 기후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는 쪽이다. 같은 위도의 북아메리카 동부 해안과 서유럽의 기온 차이는 해류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다.
해류를 인공적으로 조절해서 기후를 통제할 수 있을까요?
이론적으로는 상상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해류가 움직이는 에너지 규모는 인류가 생산하는 전체 에너지를 압도한다. 게다가 복잡하게 연결된 시스템을 한 곳에서 조작하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연쇄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으로서는 해류를 조절하는 것보다 해류를 망가뜨리지 않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목표다.
해류는 우리가 직접 보거나 느끼기 어렵다. 수면 아래 수백 미터에서, 수천 킬로미터에 걸쳐, 수백 년에 걸쳐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그 보이지 않는 흐름이 런던의 겨울 기온을 결정하고, 페루 어부의 생계를 좌우하고, 1만 년 전 유럽을 다시 빙하로 덮었다. 지금 그린란드에서 녹아내리는 빙하가 그 흐름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이미 이 컨베이어 벨트에 손을 댔다는 뜻이다. 결과가 어디서 나타날지는 아직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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